비자림 남동쪽 1km 남짓의 거리에 우뚝 솟은 매끈한 풀밭오름이다. 비단 치마에 몸을 감싼 여인처럼 우아한 몸맵시가 가을 하늘에 말쑥하다. 행정구역상 세화리에 속하며 서쪽 일부가 송당리에 걸쳐진다. 표고 382.4m, 남서쪽은 높은오름(405.3m)을 빼고는 이 일대에서 가장 높고 큰 산이다. 지도상 거의 원형인 밑지름이 최소 1,000m에 이르는 큰 몸집에 비고(산 자체의 높이)가 200여m나 되며 둥긋한 사면은 돌아가며 어느 쪽으로나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오름이 비대칭적 경사를 가진데 비해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동심원적 등고선으로 가지런히 빨려진 원추체라는 것도 흔하지 않은 형태이다.
빼어난 균제미에 있어서는 구좌읍 일대에서 단연 여왕의 자리를 차지한다.
노란히호꽃이며 연분홍 송장풀, 청자색 섬잔대들이 살며시 가을을 속삭이고 있고 연보라빛 가새쑥부쟁이도 한결 청초해보인다.
가파른 사면을 헐떡이며 기어 오르면 탄성 없이는 맞이 할 수 없는 크고 깊은 산정 화구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산의 외형과는 반대로 깔대기 모양으로 움쑥 패어 있다. 잡풀이 무성한 화구 바닥은 원형이 가까운 지름 30여m의 넓이에 표고 267m, 깊이는 정상에서 115m이므로 산 자체 높이(비고 200m)의 절반 이상이 움푹 패어 들어간 셈이다.
다랑쉬라는 이름에 대하여는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다랑쉬(달랑쉬)라 부른다고 하며, 송당리 주민들은 "저 둥그런 굼부리에서 쟁반 같은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는 송당에서가 아니면 맛볼 수 없다"고 마을의 자랑거리로 여기기도 한다. 말 그대라면 굼부리 속에서 알이 태어나듯 떠오르는 달, 이게 어찌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기관이 월출일까.
보름날 저녁이면 주변이 좀 높다싶은 곳은 사진작가들로 북적댈 것이다.
한자명은 예로부터 대랑수악(大郞秀岳), 대랑봉(大郞峰), 월랑수산(月郞秀山), 월랑수(月郞岫) 등으로 표기되왔으며 지금은 월랑봉(月郞峰)으로 쓰여지고 있다.
다랑쉬 오름의 분화구...
전설에 의하면 제주의 巨神으로 유명한 설문대 할망이 흙을 나르며 한줌 한줌씩 놓은게 오름이라 하는데, 이곳에 흙을 놓고 보니 너무 불룩 올라와 주먹으로 탁 쳐서 생긴 게 다랑쉬 오름의 분화구라 한다.
분지의 정 중앙에서 바라본 다랑쉬 오름의 능선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