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있는 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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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있는 개 이야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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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있는 개 이야기
성읍리(表善面 城邑里) 경내에 개무덤이 하나 있다. 이 개무덤에는 매우 영리한 개가 묻혀 있다고 한다.
옛날 성읍리에 사는 어떤 사람이, 살림이 궁해서 서촌(西村) 어느 동네에서 양식을 꾸어다 먹었다. 가을이 되어 추곡을 거두어 들이자, 그 빚을 갚으려고 서촌 그 동네로 가고 있었다. 들판에는 아직 늦은 추수들이 남아 있었고, 길가 어떤 밭을 보니 메밀을 한창 타작하고 있었다.
서촌에 와서 빚을 갚고 성읍으로 돌아가는 길엔 날이 거의 저물고 있었다.
일찍 메밀을 타작하던 밭까지 이르렀다. 메밀을 다 타작하여 사람들은 돌아갔고 집채만큼 쌓인 메밀짚 더미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성읍리의 사람들은 그저 불이 타나 보다 생각하여 그 곁을 지나치려 했다.
이때였다. 타오르는 연기 속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졸랑졸랑 뛰어 나왔다. 강아지는 반쯤은 털이 그을리어 있었다. 주인이 타작을 할 때, 메밀짚 더미 속에서 잠을 자다가 주인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만 불 속에 휩싸인 것이 분명했다.
강아지는 몸을 털며 이 사람을 따랐다. 강아지는 정성스레 키워졌다.
이 개는 사냥을 이만저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가기만 하면 노루니 사슴이니 한 두 마리씩은 꼭꼭 잡아왔다.
이 개 소문이 점점 퍼졌다. 어느 예촌(禮村 : 南元邑 新禮里) 사람이든가 효돈(지금의 서西歸浦市 孝敦洞) 사람이든가 이 개를 팔아 달라고 찾아왔다. 몇 번 찾아와도 개 임자는 팔아 주지 않았다.
개 임자에게는 여든이 가까운 노친이 있었다. 몇 해 후에 이 노친의 상을 만났다.
'부모의 상을 만나면 사냥을 못하는 법이므로 이제야 개를 팔아 주겠지' 생각하고 그 사람이 다시 찾아왔다. 하도 사정을 해가니,
"팔지는 않을 터이고, 그저 데리고 가서 사냥을 시키다가 내 탈상하거든 돌려 보내시오."
하고 주었다. 그 대신 사냥을 하거든 뒷다리 하나씩을 보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개는 역시 사냥을 잘했다. 첫 날 사냥을 나가서 노루 한 마리를 잡아 왔다. 뒷다리 하나를 베어 내어 성읍의 개 주인에게 보내려고 뒷문에 걸어 두었다.
날이 밝아서 보니, 걸어 둔 뒷다리가 없어졌다.
읍
'이상하다. 다시 사냥을 해서 보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사냥을 나갔다. 역시 잡았다. 뒷다리를 또 뒷문에 걸어 두었다가 날이 새어서 보니 없어졌다. 몇 번 되풀이해도 개 주인에게 보내려는 고기는 꼬박꼬박 없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번엔 직접 가져 가기로 했다. 노루와 사슴이 한 마리씩 잡혔다. 사슴은 간수해 놓고 노루 한 마리를 둘러메고 직접 성읍으로 갔다. 뒷다리 하나씩을 꼭꼭 보내려고 했는데, 자꾸 잃어버려 못 보냈다고 사과했다.
"어, 난 벌써 먹고 있네(먹엄서)."
개 주인은 매일 고기를 받아 먹었다는 것이다. 개가 꼬박꼬박 뒷다리를 물어다 준 것이었다.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삼년상이 끝나 개 주인이 탈상하는 날, 가라 오라 말도 없이 개는 주인에게 가 버렸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주인이 병이 들었다. 병은 점점 무거워서 주인은 꼬박 자리에 눕게 되었다. 주인이 일어날 수 없게 되자, 개는 주인 방의 창문 밖을 떠나지 않았다. 정말 꼿꼿이 앉아서 밥도 아니 먹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주인의 임종을 지켜 보는 것이었다.
하도 오래 굶어선지, 너무 슬퍼해서인지 주인이 죽자 개도 같이 죽어 버렸다. 개 임자 친족들이 너무나 기특하다 하여, 그 개를 주인의 묘소 옆에 같이 묻어 주었다. 그래서 「개무덤」이 라고 전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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